[수요산업 01] 한국 농기계 산업을 해부하다…트랙터에서 AI·자율농업 플랫폼까지
한국 농기계 산업은 더 이상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만 만드는 전통 제조업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국내 주요 농기계 업체들은 완성기계 생산을 넘어 자율작업, 텔레매틱스, AI 농업, 정밀농업, 부품·서비스, 해외 딜러망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동시에 소형 농기계 중심의 내수시장만 바라보기보다 북미·유럽 등 해외시장 확대와 고마력 제품군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동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조4,75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회사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 매출은 전년보다 949억원 증가했다. 2026년에는 AI 트랙터, 농업로봇, 정밀농업, 스마트파밍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TYM도 2025년 북미·한국·기타 해외시장에서 13종 이상의 신제품을 내놓으며 소형부터 고마력 트랙터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북미에서는 소형·중형 트랙터 선택지를 넓히고, 국내에서도 지역과 작업환경에 맞춘 제품군을 보강했다.
LS엠트론 역시 전 세계 40여 개국, 500여 판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트랙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회사는 트랙터를 넘어 엔진과 작업기, 자율작업 기술을 결합한 농업 솔루션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농기계 산업의 핵심은 ‘완성기계 + 수많은 부품’
트랙터 한 대는 완성 농기계 업체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차체와 프레임, 캐빈, 브래킷, 차축, 기어, 유압장치, 작업기, 전장품, 케이스, 시트 등 수많은 부품과 모듈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프레스, 절단, 절곡, 용접, 절삭가공, 열처리, 도장, 조립업체가 공급망을 형성한다.
따라서 농기계 산업을 이해하려면 대동·TYM·LS엠트론 같은 완성업체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의 부품·가공기업까지 함께 봐야 한다.
산업필드북이 농기계 산업을 하나의 수요산업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형 농기계에서 고마력 트랙터로
최근 변화 가운데 하나는 제품의 고마력화다.
TYM은 북미를 중심으로 고마력 트랙터 제품군을 확대했고, LS엠트론도 다양한 마력대의 트랙터와 자율작업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TYM은 2025년 전미 농기계 전시회에서 20~130마력대 트랙터를 선보였으며, 58마력급 T4058P에는 텔레매틱스 기반 원격관리 기능을 적용했다.
농기계가 대형화·고마력화되면 단순히 엔진 출력만 커지는 것이 아니다.
차체와 프레임, 차축, 작업기의 강도와 내구성 요구도 함께 높아진다. 이 때문에 구조용 철강재와 강관, 봉강·특수강, 고강도 소재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개별 기업이 실제 사용하는 강종과 규격, 구매량은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다.
북미와 유럽이 중요한 이유
국내 농업인구 감소와 농가 구조 변화로 인해 내수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대동과 TYM, LS엠트론 모두 해외시장 확대에 적극적이다.
대동은 2025년 북미와 유럽 매출 증가를 실적 성장의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고, TYM도 북미 딜러망과 현지 서비스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TYM은 북미에서 딜러 교육과 서비스 기반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현지 딜러 대상 평가에서도 높은 만족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외시장이 커질수록 농기계 업체의 경쟁력은 제품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부품공급, 애프터서비스, 딜러교육, 원격진단, 재고관리까지 포함한 서비스 능력이 중요해진다.
AI·자율주행이 농기계 산업을 바꾸고 있다
농기계 산업에서 가장 큰 변화는 기계산업과 소프트웨어산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TYM은 2025년 상주농업기계박람회에서 자율주행 기술과 텔레매틱스 솔루션을 전시했다. 대동 역시 2026년 AI 트랙터, 농업로봇, 정밀농업, 스마트파밍 사업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거 농기계의 경쟁력은 엔진과 변속기, 내구성, 작업성능이 중심이었다.
앞으로는 여기에 GPS, 센서, 카메라, 원격관리, 데이터 분석, 자율주행 기술이 결합된다.
즉 농기계 한 대가 점점 ‘움직이는 농업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부품과 서비스가 새로운 성장축
또 하나의 변화는 장비 판매 이후의 반복매출이다.
농기계는 한번 판매하면 끝나는 제품이 아니다.
부품 교체, 유지보수, 정비, 작업기 추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원격관리 등 장비 생애주기 전체에서 매출이 발생한다.
TYM이 플라자와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인증 중고 트랙터 사업까지 진출한 것도 이 흐름과 연결된다. 회사는 2025년 국내 최초로 인증 중고 존디어 트랙터 사업을 시작하며 신차에서 중고, 서비스까지 고객 생애주기를 확대했다.
농기계 산업이 단순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지역별 농기계 산업 생태계도 다르다
국내 농기계 산업은 특정 지역에 공급망이 집중돼 있다.
대동은 대구 달성권, TYM은 익산과 옥천, LS엠트론은 전북권 생산기반과 연결돼 있다.
완성업체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캐빈, 판금, 프레스, 기어, 작업기, 도장, 절삭가공 업체들이 형성된다.
앞서 산업필드북 첫 산업지도에서 살펴본 익산·김제권도 대표적이다.
익산 왕궁농공단지를 중심으로 완성 농기계와 캐빈·판금업체가 연결되고, 황등과 낭산에는 작업기 제조기업이 자리한다. 김제로 내려가면 로터베이터, 살포기, 축산기계, 수확기 등 다양한 작업기 제조기업이 나타난다.
따라서 농기계 산업은 기업별 분석과 함께 지역별 산업지도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철강 수요산업으로 보면 다른 구조가 보인다
농기계는 철강과의 연관성이 높은 제조업이다.
대략적으로 보면,
| 농기계 부품·제품 | 관련 가능성이 높은 철강소재 |
|---|---|
| 프레임·작업기 구조물 | 열연강판, 후판, 강관 |
| 캐빈·커버·판넬 | 냉연강판, 도금강판 |
| 브래킷·프레스 부품 | 냉연강판, 열연강판 |
| 축·기어·구동부품 | 봉강, 특수강 |
| 적재함·살포기 | 열연강판, 냉연강판, 강관 |
다만 위 표는 산업구조에 따른 일반적인 연관성을 정리한 것이다.
특정 업체의 실제 구매 강종, 두께, 규격, 월 사용량, 구매처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런 정보는 산업필드북의 정보등급 체계에서 C — 산업분석 또는 D — 영업가설로 구분해 관리하는 것이 맞다.
농기계 산업은 전통 제조업과 첨단산업의 교차점
농기계 산업은 산업필드북이 추적하기에 매우 흥미로운 분야다.
한쪽에는 프레스, 절단, 용접, 주조, 단조, 절삭 같은 전통 금속가공 기술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AI, 자율주행, 센서, 데이터 플랫폼이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완성 농기계 업체, 수백 개 부품사, 작업기 업체, 소재업체, 딜러와 서비스망이 연결한다.
산업의 변화를 보려면 완성품 판매량만 봐서는 부족하다.
어떤 기업이 어떤 공정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지역에 공급망이 형성돼 있는지, 어떤 소재와 기술이 새롭게 들어오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산업필드북 VIEW
한국 농기계 산업은 ‘트랙터를 만드는 산업’에서 점차 ‘농업 생산성을 제공하는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완성기계의 고마력화와 해외시장 확대가 이어지는 동시에 AI와 자율작업, 서비스·부품사업이 새로운 경쟁축으로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농기계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완성업체뿐 아니라 부품·가공·작업기·소재업체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전체를 함께 봐야 한다.
대한민국 산업필드북은 앞으로 이 공급망을 기업·제품·공정·지역·소재 관점에서 계속 추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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